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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mmerce] 체험, 오프라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장님, 이제 도박은 그만하게 해주세요

4/5, 4/6, 6/8…

이 뜬금없는 숫자가 무엇이나구요?

제가 온라인에서 신발을 구매했다가 반품한 횟수, 키보드를 구매했다가 실패한 횟수, 여름 맞이 반팔 티셔츠를 구매했다가 반품한 횟수 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갱신 중입니다) 온라인 구매보다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사람이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온라인 쇼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보 수준이라 그런지 굉장히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매일 소소하게 도박을 하는 기분입니다. 확률이 높은 도박이긴 하지만요.

실물을 보지 않고 물건을 구매한다는 개념이 보편화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요샛날에는 이커머스 성장세가 무섭다는 이야기를 넘어 오프라인 쇼핑을 압도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죠. 그러나 여전히 온라인 쇼핑은 오프라인 쇼핑을 100% 대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저는 가장 단순한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매자 입장에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한다는 것은 여전히 어느정도 ‘도박’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도박이라고 하니 뭔가 많이 잘못된 것 같지만, 한번 생각해보세요. 구매하는 사람의 의향과는 상관없이 판매자가 제공하는 단편적인 정보들로만 제품을 판단하고 구매해야 하는 과정을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요?

기대 수준과 실제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

분명 제품을 구매하기 전 나름대로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했는데 왜 실망을 하는 것일까요? 배송된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뒤늦게 주문한 제품보다 더 나은 스펙의 제품을 발견해서인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상품 상세설명 페이지를 보고 실제 제품에 비해 지나친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즉 구매 전 안내받았던 정보에서 갖고 있었던 기대 수준과, 실제 제품을 배송 받고 난 후 인지하게 된 제품 수준의 갭이 컸기 때문이었죠.

무형의 온라인 서비스는 대부분 일정 기간 동안 이용해보고 구매하도록 하는 트라이얼 기간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서비스 구매자 입장에서 이런 정책은 직접 사용해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어 굉장히 유용합니다.

그러나 유형의 제품은요? 태생적으로 서비스보다 유연하지 못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무료 반품 제도가 보편화되었고, 이를 넘어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샘플 박스 구독 비즈니스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결책이 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여전히 중요한 의사결정의 요소로 같은 입장에 있는 구매자의 생생한 후기가 사용된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죠.

구매자들의 열성적인 후기로 유명한 쿠팡 출처: 쿠팡 (https://www.coupang.com/)

이런 이유로 이커머스에서 ‘체험’ 이라는 키워드는 주목받고 있습니다. 온라인의 적은 오프라인이라는 말은 이젠 옛말이 되었습니다. 뉴욕의 ‘베타8’ 그리고 이커머스는 아니지만, 한국의 ‘공간 와디즈’처럼 오프라인 공간에 직접 방문하여 제품을 체험해보고 온라인에서 의사결정을 하게끔 유도하는 시도가 생기고 있습니다.

출처: 와디즈 (https://www.wadiz.kr/)

오프라인 공간만큼 확실한 솔루션도 없지만, 투자비용과 유지비용이 크다는 점, 접근성이 굉장히 제한되는 점 역시 커다란 단점이죠. 그래서 ‘체험’에 대한 고민으로 여러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에서 구매 의사 결정하기 위한 ‘체험’이 제공될 수 있는 포인트는 구매 이전과 이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 구매 이전 체험 단계: 최대한 실물에 가까운 제품 정보를 제공
  2. 구매 이후 체험 단계: 배송 받은 실물을 직접 체험해보고 의사결정 할 수 있게 도움

1. 구매 이전 체험 단계

가능한 실제 제품과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제품을 더욱 매력적이게 보이게 하는 방법. 이커머스의 고민 아닌 고민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제공하는 것에서, 라이브 커머스 등의 영상 컨텐츠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생생하게 제공하려는 시도까지.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제공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중 제품 체험에 대한 시도의 최전방에 AR 기술이 있습니다. AR 기술은 구매자의 입장에서, 구매자가 존재하는 공간에서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게 합니다. AR 기술이 상용화되던 초기에는 형태와 질감을 실물같이 표현하기 어려워 과장된 애니메이션 같이 제품이 표현되곤 했습니다. 따라서 단발성 브랜드 프로모션 혹은 신제품 마케팅의 수단으로 이용되었죠. 형태와 재질을 보다 디테일 하게 표현할 수 있는 현재, AR 기술은 구매 이전에 제품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브랜드보다는 취급 제품이 높은 유통 채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가방 전문 온라인 리테일러 eBag는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된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AR 기술을 도입하였습니다.

가방을 구매할 때 사람들이 주요하게 보는 요소로 스타일이나 재질도 있지만, 크기 역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eBag에서는 모바일 홈페이지 내에서 AR 기술로 제품을 시뮬레이션 하는 기능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였고, 현재까지 몇몇 소수의 아이템들에 도입하여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모바일로 접속한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VIEW IN YOUR ROOM’ 버튼을 클릭한 후 카메라를 구매자가 있는 공간 내 비추면, 카메라를 통해 실물 사이즈 가방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공간의 크기와 공간 내부에 비치 되어있는 사물들의 크기에 비례해 가방의 실물 크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공되는 이미지나 숫자 치수를 통해 상상하는 것보다, 가상으로 체험을 제공하는 방식은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럭셔리 브랜드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올드한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MZ세대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브랜드들이 이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구찌는 매장에 가지 않아도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신선한 방법을 발표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구찌의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을 체험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WWD (https://wwd.com/)

소셜 미디어 스냅챗과 협업을 통해 AR 기술을 통해 신발을 가상으로 신어볼 수 있는 필터를 발표했습니다. 구찌의 신제품 4컬례 중 하나를 선택 후 카메라 렌즈를 발 쪽으로 향하게 하면, 해당 제품을 신었을 때의 결과가 카메라 화면에 보여지는 형식입니다. 스냅챗의 쇼핑 채널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구매를 결정하면, 바로 구매 버튼을 클릭하여 구매 가능한 홈페이지로 연결되게끔 필터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2. 구매 이후 체험 단계

제품 체험을 거친 후 구매를 해도, 실제 제품을 배송 받은 후 구매자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 모를 일입니다. 거기에 더해 단순 AR기술로는 체험할 수 없는 품목도 있죠. 직접 사용해보기 전까지, 남이 착용하고 시연하는 부분에서는 알 수 없는 ‘착 감기는 맛’ 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옷감의 재질이나 핏, 혹은 카메라, 키보드와 같이 사용감이 중요한 와 같은 기기가 그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자연스럽게, 구매자에게 물건이 배송된 후, ‘구매 확정’을 할 때까지의 기간 역시 제품 체험의 기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배송 받은 후 체험을 보장함과 동시에, 의사 결정 과정을 편리하게 도와줄 수 있는 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어쩌면 핀란드의 국영 우체국에서 시작한 이 서비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핀란드의 국영 우체국에서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새로운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Posti‘라는 이름의 국영 우체국에서는 온라인 소매상들과 구매자들을 위한 일종의 공간 플랫폼 서비스를 신규 런칭했습니다. ‘BOX’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물류 센터이자, 온라인 소매상들의 쇼룸이자, 배송된 택배를 보관하는 장소로서 활용되는 공간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출처: dezeen (www.dezeen.com/)

구매자는 온라인에서 쇼핑한 물건을 BOX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BOX에 있는 약 600여개의 락커 중 하나에 구매한 제품이 배송됩니다. 굳이 자신의 집이나 회사에 배송하지 않아 부재중 배송을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소매상과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바로 BOX가 운영되는 공간에 별도로 피팅룸을 제공한 것인데요, 현장에서 물건을 언박싱에 바로 확인해볼 수 있게한 점입니다. 현장에서 확인 혹은 시착해본 후 구매 의사가 없다면 BOX를 통해 바로 반품이 가능합니다. 구매자 입장에선 제품에 대한 체험과 의사결정을 바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체험 제공, 이제 오프라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체험을 제공하는 일은 이제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품과 서비스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거나, 이제 막 인지하기 시작한 단계보다는 구매 의사를 가지고 있는 단계에 더욱 적합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커머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더욱 머리가 아파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구매가 완료되는 시점은 배송이 완료되는 시점이 아니라, 제품을 수령하여 확인 후 구매 완료를 결정한 시점 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모두 일종의 ‘체험’ 단계로 봐야하는 것이 이커머스의 숙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료 체험’, ‘무료 반품’ 등 이름은 다르지만, 이커먼스에서 체험 제공에 대한 중요성은 꾸준히 고려되어 왔습니다. 이커머스가 주류가 된 지금의 시대에선 대형 유통사들은 한 단계 나아가 어떻게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제공할 수 있을지, 신선 제품과 같이 체험이 어려운 카테고리에선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죠.

그 동안은 가망 고객에게 제공해왔던 ‘체험’이 주로 오프라인을 통해 이뤄져왔기 때문에 우리는 고정관념을 갖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를들면 체험은 반드시 오프라인 공간에서 대면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혹은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활용되는데 효율이 좋다 – 라는 인식 말이지요. 자연스럽게 이런 고정관념을 깨야할 시대가 왔습니다. 비단 유통 대기업의 일이 아닙니다. 이커머스를 운영하고 있는 모두, 그리고 언젠가 크게 혹은 작게나마 사업을 운영하게 될 당신의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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