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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의 화려한 부활

중고시장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중고 거래를 좀 해봤다는 사람들에게 중고나라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일 것이고, 우리 엄마가 당근마켓으로 물건을 거래하는 모습을 보며 중고 거래가 일상화된 현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쇼핑앱입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은 점점 대형 이커머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장규모 20조 원 이상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리셀 시장이 더 큰 바람을 만들었습니다. 단순 중고 시장이 아닌 희소성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시장으로, 자신만의 아이템을 가지고자 하는 MZ세대들의 특징과도 딱 맞아떨어지며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https://m.mk.co.kr/news/economy/view/2020/10/1106007/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82694591

브랜드도 알아본 중고의 가치
– 개인 대 개인에서 브랜드 대 개인으로의 발전

한국 대부분의 중고시장은 C2C(Customer to Customer) 형태로, 개인 간(판매자와 구매자) 중고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당근마켓의 경우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고 광고를 통해 수익을 형성하기에 광고 플랫폼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마켓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준다는 거래 플랫폼의 형태는 동일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해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해외에서는 이제 개인대 개인을 넘어, 브랜드 대 개인으로 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랜드(공급자) 차원에서 중고 시장의 가치를 알아보고 중고 시장을 브랜드의 새로운 마켓 플레이스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 리바이스 세컨핸드 샵

지난 10월, 리바이스트라우스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중고샵인 Levi’s Secondhand를 오픈했습니다. 입지 않는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또 중고 제품을 살 수 있는 스토어 입니다. 리바이스 중고 물품을 리바이스에 가지고 오면 새로운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크레딧을 제공하여 물품을 확보하고, 확보된 중고 제품은 세척, 분류, 촬영 과정을 거쳐 세컨핸드샵에 업로드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리바이스가 직접 검수하고 세척하고, 재판매하기 때문에 더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고, 또 리바이스 특유의 희귀한 빈티지 라인을 구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물론 환경적인 차원에 있어서도 필요 없는 쓰레기가 줄어드는 효과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https://www.secondhand.levi.com/

📌 Phillip Lim, 명품 리테일숍 The RealReal과 손잡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명품 중고샵이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출발한 쇼핑몰 The RealReal은 명품 의류 전문가, 보석 감정사 등과 함께 중고 명품의 진위 여부 감정까지 실시하며 믿고 살 수 있는 명품관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The RealReal은 직접 중고 명품을 팔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입니다. 개인 간 거래를 기본으로 하는 더 리얼리얼에 디자이너 브랜드 Phillip Lim이 진출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Phillip Lim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물건을 중고로 되파는 필립림 페이지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공간의 주체는 개인이 아닌 브랜드입니다. 이전 컬렉션에서 판매되지 않은 아이템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Phillip Lim의 회사 재고를 The RealReal에서 직접 판매하는 형식입니다. 중고 플랫폼을 브랜드의 아울렛처럼 활용하는 것입니다. 마치 한국의 우영미 브랜드가 지난 시즌 제품을 당근마켓 우영미관에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느낌인 거죠.

https://www.therealreal.com/designers/3-1-phillip-lim

가치 있는 과거로의 빈티지가 뜬다
– 모으는 과거의 힘, 아카이빙 

요즘 중고시장을 보며 생각이 드는 지점은 중고가 중고답지 않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게 뭔 소린가 하실 수 있지만, second hand로의 중고가 아닌 요즘 사람들은 중고라는 희귀 vintage템을 원한다는 겁니다. 리셀 시장에서 사람들이 한정판 스니커즈에 목숨을 메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제 나름대로의 중고와 빈티지의 차이를 설명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중고 : 오래된 제품. Used Item.
  • 빈티지 : Originality가 중요한 제품. 어떤 해에 특별히 하이 퀄리티로 생산된 와인에서 비롯된 빈티지란 단어처럼, 패션에서의 빈티지는 그 시대에서 아이코닉했던 상징성 있는 의상이 될 것.

이렇게 중고 시장은 두 분류로 나눠지는 것 같습니다. 썼던 물건을 재판매하는 ‘Used 시장’, 그리고 ‘Vintage 시장’. 앞서 이야기했던 부분들이 Used 시장에 대한 내용이라면 이번에는 Vintage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합니다. 요즘 브랜드들이 빈티지의 가치를 기리기 위해, 또 그들의 히스토리를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 정통 빈티지를 기리는 숍들의 등장 – Depop

스트릿 웨어 빈티지 제품을 거래하는 Depop. 여기는 여타 다른 중고 플랫폼과는 결이 전혀 다른게 ‘컨셉’ 있는 곳입니다. 요즘 외국 친구들이라면 다 알법한 곳인데, SNS와 쇼핑이 결합된 리세일 이커머스로 시작했습니다. SNS 인터페이스를 중고 쇼핑에 더하여 쇼핑 자체를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쉽게 풀어냈습니다. 그러나 Depop의 성장에는 더 근본적으로 스트릿, 서브컬쳐를 잘 잡아냈다는 데 있습니다. 슈프림 스타일의 희귀 빈티지템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잘 났고, 디팝에 가면 스페셜 스트릿템을 구할 수 있다는 공식을 만들어버린 것이죠. 

📌 누가 더 많은 빈티지 아카이브를 가지고 있는가 – Byronesque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과거의 디자인 작업물들을 잘 쌓아두고, 선망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과거 전통 옷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옛 작업에서 약간의 변형을 통해 새로운 창작을 이뤄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누가 더 많은 정보 아카이브를 가지고 있는가가 역량의 핵심이 되기도 합니다. 늘 새로운 것은 없기에 과거 자료들을 잘 모으고 아카이빙 하는 것이 비단 디자인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Byronesque는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특정 시대 컬렉션, 또 그 당시에 한정으로 나와 소장 가치로 인정을 받은 제품들을 전시해 놓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꼼데가르송의 97ss 컬렉션 제품을 원한다고 하는데요, 해당 컬렉션이 큰 호응을 끌었다거나 적게 생산되었거나, 작품적으로 굉장히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 때문이겠죠. Byronesque는 이를 빈티지로 승화합니다. 즉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에게 부러움을 살, 80-90년대의 패션 아이템 컬렉션을 큐레이팅하여 ‘빈티지’라는 의미를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꼼데가르송, 메종 마르지엘라와 같이 구하기 어려운 작품을 온라인에 전시해놓고, ‘팔렸다’고 표현하지 않고 ‘제품을 드디어 입수했습니다’로 표현합니다. 중고가 아닌 소장 가치 있는 빈티지를 발굴해내는 것이죠. 작년에는 온라인 빈티지 플랫폼 Vestiaire Collective와 함께 디지털 팝업을 열어 70년대부터 2006년대까지의 패션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간을 포착한 스토리텔링 의상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byronesque.com/contemporary-vintage

중고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한국에서 중고시장이 커져온 분야는 아직 패션과는 무관한 것 같습니다. 리셀시장은 논외로 치고, 몇 번 사용한 used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더 크게 형성되어 있으니까요. 그렇게 한국의 중고시장은 C2C 비즈니스로 안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브랜드 차원에서도 ‘중고’시장의 가능성에 눈을 열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비즈니스와 중고 거래와의 중간 접점을 찾는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재고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중고를 통해 재고를 덜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팔리지 않는 물건을 단순히 자신의 몰에서 세일하는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중고시장에서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앞서 말한 Phillip Lim의 사례처럼요. 중고시장을 아울렛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재고를 중고로 판매할 수 있는 기회로 봐도 좋을 것 같고요.

어떤 브랜드에게는 아카이빙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히스토리가 없어 중고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비즈니스더라도, 오히려 지금부터 차곡차곡 정보를 쌓아 후세대에 ‘이건 꼭 구해야 하는 그 당시의 희귀템이야’라는 말을 듣기 위해 준비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지금의 중고 시장이 아닌 나중의 빈티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요. 

이케아도 빈티지가 될 수 있을까요. 이케아는 1950년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카탈로그 페이지를 스캔하고 업로드 한 아카이브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이와 같이 이케아가 계속해서 과거의 제품과 현재의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쌓고 데이터화한다면 과거의 이케아 ㅇㅇ체어를 구하기 위해 빈티지 시장을 수소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겠습니다. 모아놓고 보니 더 소장하고 싶어지는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 현재를 잘 모아 가치 있는 과거로 만드는 일을  지금부터라도 진행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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