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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를 놀리는 것이 즐거운 버거킹의 마음

세상에는 수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유독 A와 B처럼 라이벌 관계인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코카콜라에는 펩시가 그렇고, 나이키에는 아디다스가 그러합니다. 아이폰과 갤럭시가 라이벌입니다.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의 최대 라이벌은 맥도날드(Mcdonald’s)버거킹(Burger King)입니다. 라이벌이기는 하지만 규모만 놓고 보면 버거킹은 맥도날드에 비해 작은 브랜드입니다. 일단 매장 수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입니다.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는 약 34,000개로 버거킹 매장보다 약 2배정도 많습니다. 매출은 더 큰 차이가 납니다. 19년 기준 맥도날드 수익은 $21.08B으로 버거킹 수익 $994M 보다 20배나 많습니다. 수익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면 가용할 수 있는 마케팅 예산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매장, 수익, 마케팅 예산의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가 버거킹보다 압도적인 경쟁사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라이벌로 생각됩니다. 버거킹의 마케팅이 그만큼 효율적이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너의 매장도, 고객도 마치 내 것인 것처럼 쓴다

버거킹은 약점을 해결하는데 뻔뻔한 면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브랜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섭니다. 매장이 적다면 매장을 늘리고, 가격이 비싸다면 가격을 할인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버거킹은 매장을 늘리지 않고 소비자를 확보하면서, 또 가격 할인을 제공할 때도 경쟁사를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단순히 이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강점을 알리는 창구로 활용합니다.

Burger king, www.mobilemarketer.com

핀란드에서 진행한 배달비 무료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핀란드 헬싱키에는 맥도날드 매장이 버거킹보다 월등히 많다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버거킹은 주문 시 무료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모든 주문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맥도날드 매장 근처에서 주문할 때만 적용되는 조건부 무료입니다. 맥도날드 매장 근처 버스 쉘터에는 캠페인을 알리는 광고가 있습니다. 주문자의 위치가 맥도날드 매장 근처라는 것이 확인이 되면 무료로 배송됩니다. 경쟁사 매장이 버거킹에게는 새로운 테이크 아웃 장소가 된 셈입니다.

버거킹은 맥도날드 SNS 계정도 활용합니다. ‘와퍼 리플라이(The Whopper Reply)로 명명된 이 캠페인은 버거킹 계정으로 맥도날드의 브랜드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 고객들이 남긴 남긴 불평·불만 글을 찾아내 이들에게 직접 재치 넘치는 댓글을 달아줍니다. 버거킹은 자신들의 행동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고객 서비스는 왕에게 적합해야 합니다. 우리가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모두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심지어 우리의 오랜 친구(맥도날드)까지도”

 

그렇게 해서 달기 시작한 댓글은 재치 그 자체입니다. ‘맥드라이브에서 2시간이나 기다렸다’는 댓글에는 ‘누구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느린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여기 빠른 와퍼가 있어요.’라고 말하고, ‘빅맥에 빵이 하나밖에 안 들어 있었다’는 불만에는 ‘빅맥 컨버터블이라니 정말 혁신적이네요. 여기 2개의 번이 들어간 와퍼가 있습니다’가 답해줍니다. 이렇게 답변을 기다리는 약 1,000여개의 고객 글에 댓글을 달고 맥도날드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와퍼 쿠폰까지 선물하면서 캠페인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보다 더 완벽한 고객 응대가 있을까요?

좋은 일(?)은 내가 먼저 제안한다

버거킹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응을 잘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걱정하고, 소수 집단에 대한 지지를 표합니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유머는 잊지 않습니다. 좋은 일을 하면서도 늘 경쟁사를 끌어들입니다. 좋은 일을 하면서 우리만 잘났다가 아니라 업계 모두 이것을 참여해야 한다는 기수가 됩니다. 맥도날드도, 다른 버거 프랜차이즈도 할 수 있었지만 전면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그 자리에 버거킹은 먼저 목소리를 냅니다.

Burger King, www.brandbrief.co.kr

맥도날드 마스코트와 버거킹 마스코트가 키스를 하는 이미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두 마스코트가 키스하는 이미지 자체가 이슈가 될 것입니다. 핀란드의 ‘헬싱키 프라이드’ 지지하기 위해 버거킹은 라이벌 관계의 마스코트를 한 지면에 담았습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이깁니다(Love conquers all)는 카피와 함께.

‘헬싱키 프라이드’는 성 소수자를 위한 핀란드 내 가장 큰 문화 및 인권 행사입니다. 이 날을 맞아 버거킹은 평등과 사랑, 모든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권리를 지지함을 이미지 하나로 보여주었습니다. 사랑 앞에서는 세기의 라이벌도 없다는 것입니다.

Burger King, n.news.naver.com

버거킹 영국에서 진행한 ‘맥도날드에서 주문하세요’ 캠페인은 이보다 더 직접적입니다. 와퍼를 주문하면 최고지만,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주문해도 괜찮다고 말한 이 캠페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업계에 대한 버거킹의 걱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 조치 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외식업계를 위해 지금 당장의 경쟁보다는 공생을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얄팍한 상술일수도 있습니다만, 이색 광고로 더 주목을 받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버거킹 입장에서는 손해볼 일이 아닙니다.

유머에는 존중과 배려가 숨어있다

스포츠에는 동업자 정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기 중에 상대에게 큰 부상을 입힐 수도 있는 플레이는 선수 스스로 자제합니다. 서로가 승리를 위해 다투지만, 크게 보면 모두 같은 업에 종사하는 동료이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승리를 쫓다가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입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습니다. 종국에는 팬들이 떠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스포츠라는 산업 자체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기업 간의 경쟁도 이와 유사합니다. 재미있고 독특한 마케팅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상대방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나 비방으로 이어지면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버거킹의 마케팅은 맥도날드를 비롯한 경쟁사를 유머의 대상으로 삼지만, 그 밑바탕에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깔려 있습니다. 자신들이 최고가 아니라 상대방도 우리만큼 훌륭하고 존중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맥도날드 입장에서도 모욕을 받았다 보다는 약간의 웃음과 더 재치 있는 마케팅으로 되갚아주겠다 정도의 기분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버거킹의 사례는 우리나라 같이 프랜차이즈가 많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참고할 만합니다. 특히 버거킹 사례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공생을 밑바탕으로 마케팅을 고민하는 생각의 흐름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차별화는 언제나 자사의 우월함을 강조하고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동안 그렇게 했다면, 버거킹 사례를 통해 상대를 존중하면서 유머가 있는 캠페인을 고민해보는 것을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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