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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길은 이제 그만, 느린 일상의 즐거움

모두 다 빠름을 외칩니다. 아침에는 빠르게 자는 사이 보지 못한 뉴스를 보고, 오후에는 빨리빨리 보고서를 전달 달라는 상사의 부름에 임하고, 저녁에는 배달을 빠르게 시켜 식사를 합니다. 평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도 어딘가 느려진 것 같아 불안하고, 혹여나 남들에 비해 도태되지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빠름”이 생활의 평균이 된 지금, 오히려 “느림”을 외치는 곳들이 있습니다. 슬로우 라이프와 같은 트렌디한 단어에 걸맞은 트렌드 말고, 그저 진심을 다해 느림을 실천하고자 하는 그런 움직임 입니다.

느린 길 찾기

https://www.gojauntly.com/

GJ-Routesforyou-Mockup4

Go Jauntly hopes to get more Londoners walking through green spaces | Walks in london, Green space, Walkable city
https://techcrunch.com/2020/11/18/go-jauntly-applies-ai-to-seek-scale-via-greener-walking-routes/?guccounter=2

지도앱을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출발지 – 목적지를 설정하고 ‘빠른 길 찾기’를 통해 최단 경로, 혹은 최단 시간을 찾죠. 게다가 나온 경로에서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수많은 루트를 다 눌러보기도 하고요.

그러나 Go Jauntly는 우리의 상식을 깨는 지도앱 입니다. ‘느린 길 찾기’ 기능을 제공하거든요. 우리가 매일 바쁜 건 아니고, 가끔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연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 때 Go Jauntly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녹색 경로 Green Route”를 설정하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최단 경로가 아닌 가장 멋진 풍경을 기반으로 한 녹색 경로를 추천해 줍니다.

AI가 풍경을 인식해서 가장 잎이 많고 쾌적한, 아름다운 자연의 길로 안내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앱이 남의 사유지를 잘 알지 못한다든가 사람이 갈 수 없는 길로 간다든가.. 하는 오류는 초기 버전이라 존재하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가야 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서비스 만족도의 여부를 떠나서 평소 도심에서 우리가 찾고 싶었던 가치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앱으로 실현 시켰다는 데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나만의 정원을 가꾸며 느리게 시간 보내기

네, 저도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게다가 베란다를 트고 조금이라도 면적을 늘리기 위해 살다 보니 가끔 정원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런 수요가 많은 것인지 꽤나 많은 분들이 자연을 찾아 귀농을 한다거나 도심 근교의 주택으로 가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 시국에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에서는 넓은 마당, 물이 있는 정원을 그들이 사는 공간 안에 들여 오려는 ‘고산수식’ 정원 양식이 발달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정원의 방식으로 물과 나무가 없지만 정원의 형태를 띄고 있는 양식입니다. ‘료안지‘가 대표적인 관광지가 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교토 료안지(龍安寺) - 교토 - Japan Travel

물과 나무가 없지만 묘하게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런 공간이죠.

이런 고산수식 정원을 내 방에도 들여올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얼마 전, 수서에 있는 식물관PH(라고 쓰고 사진 맛집이라고 한다)에서는 슬로우파마씨 전시가 열렸습니다. 마음을 살피는 곳이라는 주제의 《PH의 일곱 번째 전시회 : 心審堂_심심당》입니다. 슬로우파마씨는 식물과 정원이 주는 마음의 치유와 자정에 대한 경험에 의해서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p/CHPg0nNJdKU/

체험형 전시일 뿐만 아니라, 키트를 제공하여 집에서도 얼마든지 나만의 정원을 가꿀 수 있도록 한 점이 가장 인상 깊습니다. 보통의 우리는 전시장, 체험관을 나오고 나면 그 안에서의 경험이 어쨌건 금방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나 심심당은 정원 키트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어지러운 마음을 천-천히 모래를 다듬는 시간을 통해 바라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정원을 바라보며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위의 두 가지 사례에는 공통적으로 ‘느림’이라는 키워드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빨리 요구합니다. 배송도 빠르게, 결제도 빠르게, 뭐 밥 마저도 빠르게 먹으니까요. 그러나 빠르게 가야 당연했던 것들에 오히려 ‘천천히’를 외치니 새로워집니다. 빠른 길 찾기가 디폴트였는데 이 기준을 깨부수고 나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러가 여기에는 단순히 느림만이 담겨 있는 게 아닙니다. 느린 길로 돌아가며 보는 자연을 보는 것이고, 천천히 정원을 가꾸며 그 순간을 기억하고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이 핵심 메시지입니다. 느림을 통해 과정의 즐거움을 알아나가는 또 과정입니다. 만일 당신의 서비스가 빠름을 추구하고 있다면, 비틀어서 느림을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속도적인 측면에서 단순히 느리게가 아닌 당신의 서비스가 추구하는 결과까지 다다르는 과정의 가치를 모두 알아갈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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