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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를 넘어 창작 풀필먼트가 온다

나도 어느새 사장이 되어있었다, 세포마켓의 등장

누구나 셀러가 될 수 있는 세포마켓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작년이죠, 세포마켓은 ‘트렌드코리아 2019’에 선정된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세포가 분열하는 것처럼 시장이 개인 단위로 분화하고 있다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최근 들어 SNS를 기반으로 자신의 재능을 판다거나, 인플루언서가 특정 브랜드와 협업하여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을 판매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1인 마켓을 위한 플랫폼도 많이 늘어났죠. 집에서 취미로 만들던 수제비누를 아이디어스에서 판매를 할 수도 있게 되었고요. 꼭 실물이 아니더라도 나의 취미를 여러 사람한테 알려줄 수 있는 클래스 101 같은 교육 플랫폼도 많아졌습니다. 집에서 나 혼자 하던 것들을 남에게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또 이를 통해 돈까지 벌 수 있는 루트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더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불어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그들의 창작 활동에 불을 지펴 줄 다양한 서비스가 나타나는 중입니다. 저는 이에 ‘창작 풀필먼트’라는 새로운 단어를 부여해보았는데요. 풀필먼트는 물류 쪽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죠. 고객의 주문에 맞춰 입고-보관-포장-배송-반품까지 한 번에 담당하는 서비스로 풀필먼트는 판매자 입장에서 번거로운 물류에 신경 쓰지 않고 기획, 제조 등에 더 집중하게 합니다. 이와 같이 창작 풀필먼트도 크리에이터가 더 쉽게 창작하고 그들이 온전히 창작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전에도 인플루언서를 위한 세상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숏폼 스냅챗, 음악 스타트업 voisey 인수

10초 내 사라지는 메시지를 친구와 쉽게 주고받는 메신저로 하루 1억명의 사용자를 모았던 스냅챗. 짧은 영상을 생산하는 숏폼 형태의 1세대 SNS인데요. 이 스냅챗이 이번에는 voisey라는 회사를 인수한다고 합니다. Voisey는 ‘작곡의 미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음악 제작을 위한 툴입니다. 수많은 프로듀서, 작곡가들이 만든 전 세계의 비트가 모아져 있고, 사용자는 비트를 선택하고 이에 맞춰 본인의 보컬을 얹으면 되죠. 여기에 오토튠, 보컬 이펙트와 같은 효과를 통해 진짜 가수가 부른 것과 같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2019년에만 350,000개의 오리지널 곡이 Voisey에서 제작되었는데요. 이러한 Voisey와 스냅챗이 만난다면 ‘음악+영상’으로 정말 세상을 제패할 것 같습니다. 내가 소리를 낼 수 있는 목소리만 가지고 있다면, 영상을 찍을 준비만 되어 있다면 플랫폼이 나를 가수처럼 만들어 주는 건 시간 문제니까요.

나만의 굿즈는 마플로 쉽게 나만의 쇼핑몰은 에이블리로 쉽게

ⓒmarple

마플에서는 나만의 커스텀 티셔츠, 핸드폰 케이스를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로고나 이미지를 웹에 올리기만 하면 이를 다양한 물건에 프린팅 해주어 기존의 주문 제작 프로세스를 간소화시켰죠. 마플에서 올해 ‘마플샵’을 런칭했습니다. 기존 마플은 커스텀 프린팅이 가능한 서비스였다면, 마플샵은 커머스의 형태를 띄고 있죠. 내가 마플을 통해 만든 커스텀 티셔츠를 다른 사람이 구입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마플샵 안에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있고 자신의 창작물을 마플을 통해 굿즈화하고 이를 판매합니다.

마플샵은 최근 ‘마플샵 플러스’ 서비스까지 런칭했는데요. 판매자가 디자인만 가지고 있다면 이 디자인으로 굿즈를 만들고 주문/생산/배송까지 마플샵에서 책임집니다. 따로 홈페이지를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마플샵 내에 개별샵이 있고 CS까지 책임져 주니까요. 5살 조카의 낙서로 쿠션을 만들 수도,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2020년 1월 안드로이드 MAU 기준 1위 패션앱으로 선정된 에이블리는 다른 커머스 플랫폼과는 다른 셀러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사입한 물건을 플랫폼에 올리고 직접 고객 관리와 배송을 책임지는 일반 셀러와 달리 ‘에이블리 파트너스’라는 서비스를 통해 에이블리는 1만이 넘는 셀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판매자가 상품 사진만 업로드하면 에이블리에서 상품사입/배송/CS/교환반품까지 처리해 주는 일종의 원스톱 서비스죠.

나만의 쇼핑몰을 차려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파트너스 서비스를 통해 쉽게 쇼핑몰을 차릴 수 있고 판매를 위한 리소스가 많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쉽게 셀러가 될 수 있다는 점보다, 셀러가 많아지고 양질의 콘텐츠가 많아지니 에이블리의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플랫폼은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비즈니스입니다. 여기서 에이블리는 공급자에 더 집중해서 일단 많은 셀러를 모으고 또 셀러들이 쉽게 인스타그래머블한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게 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가 따라하고 싶은 언니들의 모습과 판매 물품 수도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에이블리에서 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에이블리

밥상만 차려주면 될까?

각종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를 유치하고 그들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제 크리에이터와의 상생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죠. 네이버에서도 인플루언서 검색을 내놓으면서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입증해 보였으니까요. 크리에이터들을 더 생산하고 데려오기 위해 앞의 내용들과 같은 ‘창작 풀필먼트’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밥상을 어떻게 차릴지만 구상해줘. 밥상은 내가 차릴게, 숟가락만 얹어!” 같은데요. 여기서 정말 플랫폼은 대행만 해주면 되는 걸까요? 아무래도 이런 비즈니스는 더 많아질 것 같은데요.

결국 플랫폼은 플랫폼이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 장점이 바로 데이터라고 생각하는데요. 대행과 데이터를 결합해 창작 풀필먼트를 지원해야 더 큰 비즈니스가 될 것입니다. 위의 사례들을 예로 들면 마플샵에서는 쉽게 굿즈를 만들어 주는 것을 넘어 그 특정 크리에이터에게 도움이 될만한 데이터, 이 디자인은 티셔츠보다는 노트로 제작해야 더 많이 팔린다든지 하는 팁을 제공하면 어떨까요? 아니면 이러한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유료로 제공해 또 다른 수익원으로 만들 수도 있겠죠. 에이블리라면 파트너스가 다음 시즌 구상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기존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줄 수도 있고요. 스냅챗이라면 내가 만든 음악을 분석해 더 보완할 부분, 극대화할 부분을 알려줄 수도 있겠죠.

크리에이터들이 더 양질의 크리에이션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사이트를 제공해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나의 입지를 높일 수 있는 창작 기회가 되겠죠. 앞으로 더 커질 창작 풀필먼트 시장에서 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기대해봅니다.

최 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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