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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충전소의 미래, 공간 해석에 달려있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친환경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규제는 급진적이다라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기존의 자동차는 벼랑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전기차의 위상은 높아졌습니다. 특히 CO2 배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내연기관차는 2035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정부 권고가 있을 만큼 가까운 미래에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미래에는 우리 모두 친환경차를 운전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여러가지 어려움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프라 구축에 있습니다. 전기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주유소와 달리 전기 충전소는 아직 충분히 갖춰진 상태가 아닙니다. 대형마트나 아파트 단지 내 설치가 되어 있지 않다면, 거주지에서 꽤 먼 곳에 있는 충전소까지 가야 합니다. 어렵게 충전을 해도 주행 거리가 걸림돌이 됩니다. 전기차의 대표 업체 테슬라 모델3 기준으로 완충을 했을 때 주행 가능 거리는 400km 내외입니다. 내연기관 차량보다 주행 거리는 짧은데 연료 공급은 더 자주 해야 합니다.

전기충전시간, autocar.co.uk

운 좋게 집 근처에 충전소가 있고, 주행 거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이제 마지막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충전 시간입니다. 보통 주유소에서 들러 주유를 끝내는 것까지 5분 이내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재 전기차는 충전 시간이 1시간 단위로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다림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운전자도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재 충전소는 대개 대형 마트와 연계하여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단순히 충전소를 많이 짓는다고 충전 시간이 줄어들지 않으니 이 또한 최선이라 볼 수 없습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과연 우리의 충전소는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하는지, 또 주유소에 익숙한 우리의 습관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기회라는 것은 늘 이런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현재 시도하고 있는, 아직 구현되지 않았지만 미래에는 적용될 수도 있는 충전소에 대한 아이디어와 사례를 살펴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보려 합니다.

자동차와 사람 모두 잠시 쉬어 가고

Ultra Fast Charging Stations in Denmark, e-architect.com
Ultra Fast Charging Stations in Denmark,e-architect.com
Ultra Fast Charging Stations in Denmark,e-architect.com

덴마크의 프레데리시아(fredericia)에는 주차장형 충전소와는 다른 새로운 충전소가 있습니다. 이름 하여 ‘녹색 오아시스에서 정신적 휴식을(mental break in a green oasis)’ 이라는 충전소입니다. 건물 디자인 측면에서 주유소와 유사한 듯 보이면서도 편한 휴식 공간과 같은 인상을 줍니다. 목재를 골격으로 하고, 주변에는 풀과 나무로 조성했습니다. 마치 자연 컨셉의 카페를 온 듯한 느낌입니다.

생각해보면 점점 친환경이 되어가는 자동차와 달리, 우리의 정신과 삶은 점점 더 스트레스와 피곤함에 짓눌립니다. 바람이라도 쐬려 교외를 가면 수많은 차 때문에 더 피곤해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래서 이 녹색 오아시스가 매력적으로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공간은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사람을 위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충전을 위해 대형 쇼핑몰을 가는 것보다 잠시 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갈 수 있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도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동차에게 파트너를 붙여주고

Volkswagen’s Mobile Charging Robot, carbuzz.com

폭스바겐(volkswagen)은 가까운 곳에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들이 보기에 전기 충전은 지금과 같이 주차장에서 진행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특정 주차박스가 아니라 주차장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폭스바겐이 제시한 아이디어에는 이동하는 충전 로봇이 등장합니다. 굳이 우리의 차량 이용 습관을 거스를 필요가 없습니다. 늘 주차하던 곳에 주차를 하고, 그곳에 충전 로봇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충전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휴식 하면서 관리를 케어를 받는 것처럼 자동차도 로봇이 밥도 주고 그 외에 이상은 없는지 관리를 해주는 것입니다.

폭스바겐의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브랜드 강화와 연결됩니다.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모르지만, 폭스바겐 브랜드 차량만 로봇으로 충전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편리함이 프리미엄이 되는 시대에 자동 충전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은 전기차 구입 시에 충전에 대한 걱정을 덜 해도 될 테니 말입니다. 다만, 폭스바겐은 로봇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세부적인 제휴나 전략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유소도, 그렇다고 충전소도 아니고

GS칼텍스 에너지플러스 허브, gscaltexmediahub.com
GS칼텍스 에너지플러스 허브, gscaltexmediahub.com

마지막 사례는 이미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진 GS칼텍스의 ‘에너지플러스 허브’입니다. 이곳에서는 모빌리티로 명명되는 모든 것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연료에 상관없이 모든 자동차 충전과 주유가 가능하고, 차량 공유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라스트 모빌리티로 각광 받는 전동 킥보드 충전도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식음료 매장 설치로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물류 체인의 라스트 마일 거점으로 택배를 픽업, 반품, 교환하는 등의 서비스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충전소가 에너지와 일상의 허브가 되는 것이 에너지플러스 허브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공간에서 이 모든 것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우려가 됩니다만,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충전소는 공간을 해석하는 일

앞서 소개한 사례는 결국 충전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솔루션입니다. 지루한 기다림을 다른 서비스로 해소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공간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소비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이유가 될 것이고요. 실제로 GS칼텍스 외에도 지루함을 다른 경험으로 제공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전기 화물차 시장 선점을 목표로 유통업체 물류 센터에 전용 충전소를 설치하고, 식음료 드라이브스루 매장과 대형 편의점에도 충전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하니 가까운 시일 내에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충전소를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충전소의 모습은 오픈소스 같이 열려 있고, 자유가 주어졌다고 봅니다. 주유소와 달리 기름 냄새도 나지 않고, 시설이 차지하는 공간도 적습니다.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고민도 없죠. 그렇기 때문에 충전소의 미래와 차별화는 공간을 어떻게 해석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리는 시간에 어떤 이야기를 제공해야 할지, 그것을 공간에 어떻게 풀어낼 것 인가에 따라 다양한 충전소 형태는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사례처럼 자동차와 사람을 모두 충전하는 컨셉도 그린 오아시스가 아니라 요가나 명상, 차(茶)를 즐기는 공간으로 꾸며볼 수도 있겠습니다. 도서관이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친환경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주 연료를 바꾸는 일임에도 수많은 산업과 기술 그리고 서비스가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의 생활 습관도 조금 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또 다른 즐거움을 만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오히려 그것을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미래의 충전소가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장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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