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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의 부족한 대화, 계기가 필요해

분명 가까운데 오히려 더 멀게만 느껴지는

대화라는 단어에는 아날로그 느낌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서 심도 있는 의견을 주고받는 그런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요즘 같이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 대화가 가능한 것은 대부분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통을 이야기할 때 대화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사실 둘 다 같은 의미이고, 아날로그니 디지털이니 구분할 이유도 없습니다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하고 그래서 대화가 점점 결핍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팔로우와 메신저 친구가 있어도 여전히 대화다운 대화를 갈망하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핸드폰을 하는 손주와 할머니, insight.co.kr

기술의 발전은 세상 모든 이를 가깝게 만들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지만 그럴수록 이 소통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가족입니다. 매일 얼굴을 봐야하는 부모와 자식 간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하지만, 최신 기술에서 가장 마지막에 혜택을 받게 되는 시니어에게는 보이지 않는 벽이 더 견고해진 느낌일 것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명절 때 어렵사리 모인 손주들과 조부모 사이에서 소통의 대명사인 스마트폰은 또 다른 벽이 되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일상의 풍경이지만, 이렇게 한걸음 뒤에서 보면 슬픈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사진 속 젊은 세대를 무작정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SNS로 소통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세상은 그들이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오늘도 여러가지 마케팅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 타인과 연결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느라, 가까운 가족, 특히 조부모와 관계는 소홀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수 없이 쏟아지는 메신저와 통신 기술도 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이 현상의 원인은 수단의 부재가 아니라 계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Mcdonald’s : Happy Meal Senior

조부모와 대화를 할 때 흔히들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합니다. 다른 세대, 다른 생활을 하고 있으니 당연합니다. 그럴 때 일수록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특히 COVID 19으로 직접적인 만남이 어려울수록 말입니다.

맥도날드 스웨덴은 식사로 이야기거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해피밀 시니어’로 명명된 이 캠페인은 조부모가 손자들에게 맥도날드의 ‘해피밀’을 간식으로 사줬던 것처럼 이번에는 손자들이 조부모를 위해 ‘해피밀 시니어’를 선물하도록 기획되었습니다. 단순히 식사를 사서 배달하는 것은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는 아닐 겁니다. 그래서 ‘해피밀 시니어’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맥도날드 매장 밖에 마련된 공간에서 조부모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야 하는 조건이 달려있습니다. 아이들은 조부모에게 선물한 그림을 그리고 메시지를 작성합니다. 매장에서는 이 그림과 해피밀 세트를 아이들의 조부모집에 배달해줍니다. 그리고 음식을 받은 조부모와 손자 간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xBOX : Beyond Generations

놀이라는 것은 세대 간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가장 심하게 차이나는 영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연하게도 현재의 시니어 세대가 젊었을 때는 플레이 스테이션이니 온라인 게임이니 하는 것들이 없었습니다. Gen Z에게는 이 게임, eSports가 삶의 큰 영역을 차지하는데 이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할 시니어들에게는 이 영역이야 말로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그들 만의 세상입니다. xBOX가 ‘Beyond Generations’라는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xBOX는 세대 간의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손주가 조부모에게 게임을 알려주고 함께 즐기는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특화된 이 플랫폼을 통해 조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나아가 서로를 더 잘 알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랬습니다. xBOX에 조손이 신청을 하면, 조부모의 집에 기기와 통신 장비가 전달되고, 그 때부터 이들의 대화는 시작됩니다. 기기설치부터 게임 조작법, 플레이를 함께 즐기면서 처음에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대화가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게임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진솔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조부모의 젊은 시절의 꿈, 그들의 이야기, 아이들의 이야기 대단할 것 없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로 플레이 시간은 채워지게 됩니다. 이 캠페인을 마치고 난 뒤 대부분의 신청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더 잘 알게 되었다고.

계기가 되어줄 브랜드를 기다리며

맥도날드도, xBOX도 어쩌면 다분히 상업적인 목적 하에 이 같은 캠페인을 진행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브랜드가 각기 다른 세대 사이에 장애물이 아닌 연결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식사의 기본은 맛과 영양이지만,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개인에게 의미가 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게임은 어떤 가요? 잘 모르는 사람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성취하는 것이 혼자서 즐기는 게임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추억으로 남기 마련입니다. 이 캠페인들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어딘지 모르게 따뜻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 저마다의 경험을 다시 한번 꺼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와 함께, parentmap.com

브랜드는 그것의 유용성과 가치만으로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로 자리를 잡으려면 역시나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역할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브랜드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DIY과 유행하는 요즘, 처음부터 개인이 아닌 가족과 함께 작업을 하도록 설계를 하는 것입니다. 가구 조립에서 힘이 들어가는 부분은 아버지에게 부탁하게 설명서에 기재되어 있거나, 요리 레시피 과정에 반드시 어머니가 함께 해야 하는 파트를 넣어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것이 부족했던 대화를, 서먹한 관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xBOX나 맥도날드처럼 반드시 크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말 한마디 더 해볼 수 있고,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게 만드는 기회만 제공해주면 됩니다. 계기라는 것은 원래 작은 것에서 시작하니까요.

배 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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