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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UX도 한 번 골라볼까요?

얼마전 ‘늘어나는 사용자, 우리 시대 UX가 가져야 할 책임 의식’ 아티클에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수 감추기 실험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특정 국가들을 선택해 인스타그램에 좋아요 수 대신, ‘XX님 외 여러 명이 좋아합니다.’ 로 문구를 다르게 표기하는 실험이었는데요. 인스타그램의 이런 좋아요 실험이 지난 5월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종료와 함께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 이용자에게 게시물 좋아요 수와 영상 조회 수 표기를 옵션으로 제공하겠다.’ 밝혔는데요. 더 이상 사용자들은 타인의 좋아요 수를 보지 않을 수 있게 됐습니다.

출처: 인스타그램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인스타그램이 게시물의 좋아요 수와 영상 조회 수를 가리기로 한 것이 아니라, 가리는 옵션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는 점인데요. 인스타그램의 이번 결정은 하나의 정책이 모든 사람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제합니다. 사용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준다는 점에서 본 에디터는 인스타그램의 이번 결정이 몹시 반가웠는데요.
인스타그램의 책임자 Adam Mosseri 역시 실험을 통해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수 숨기기 정책을 모두가 좋아한 것은 아니라며, 그 차이를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서비스들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보는 사진, 영상 하나하나 서비스들의 알고리즘으로 결정되지만 우리는 이 알고리즘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알고리즘이 모두에게 잘 맞냐? 그것도 아닙니다.

출처: 커뮤니티

일부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해할 수 없는 알고리즘이 우리 피드를 지배하기도 하죠. 저 역시 유튜브 알고리즘을 위해 의도적으로 두세 개의 계정을 분리해 사용합니다. 한 번의 영상 시청으로 원하지 않는 콘텐츠들이 제 피드를 점령하는 걸 막기 위해서 말이죠. 실제로 요즘 Z세대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시크릿 모드’로 영상을 보거나, 자기계발용과 킬링 시간용 계정을 분리해 사용하는 게 흔하다고 합니다.

몇몇 친구들은 특정 어플리케이션의 바뀐 업데이트 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일종의 ‘버티기’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업데이트가 강제로 진행되기 전까지 최대한 업데이트를 미루며, 자기가 마음에 드는 UX를 사수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버티기’도 되는 서비스가 있고 아닌 서비스들이 있죠.

이렇게 우리는 IT 서비스에 영향을 받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 한 편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제한된 삶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다른 특질을 가진 사용자를 하나의 UX로 묶는 IT 기업의 행보가 조금 강압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데이터나 유저를 관리하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봤을 때, 하나의 UX를 고수하는 건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법이긴 합니다만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많은 IT 기업들은 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해, 혹은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하나의 방향을 고수했다면, 인스타그램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결정을 한 것이죠.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UX를 선택할 수 있게 말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이번 결정이 거대한 IT 기업들의 파도에 생긴 잔잔한 물결로 그칠지, 흐름을 바꿀 파도가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기대해볼 만한 것은 실리콘 밸리 서비스들이 독자적인 길을 가면서도, 서로 서로 빠르게 카피해왔다는 것입니다. 스냅챗-인스타그램 스토리 – 유튜브 쇼츠의 흐름처럼, 어쩌면 사용자에게 결정권을 늘려주는 인스타그램의 정책도 실리콘 밸리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우리는 실리콘 밸리 서비스들의 어떤 것까지 선택할 수 있을까요? 그 변화가 사뭇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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