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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반드시 도와줘야만 하는 대상일까?

2021년 칸(Canne) 국제 광고제 혁신 부분(Innovation) 1위는 유니레버의 Degree Include(데오도란트)가 수상했습니다. 유니레버는 기존의 데오도란트 제품 디자인이 일반적인 상황을 염두하고 만들어졌으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실제 미국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1명은 어떤 형태로든 장애를 갖고 생활을 하지만, 이들을 염두해두고 설계된 위생제품들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유니레버는 이 ‘일반적인 상황’의 범위를 더 넓혀,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위 같은 상황이라면, 기업은 ‘그들’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곤 합니다. 그것은 합리적이면서도 차별적입니다. 누군가 그것을 사용하는 순간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따라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가 트렌드가 되면서, 기업들은 이전보다 산재되어 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입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그들을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왔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용자를 특정 집단으로 분류하는 순간 또다른 차별이 생기고 이는 ‘원래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새롭게 만든 것’처럼 되어버립니다.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분명 칭찬받아야 마땅하나, 무의식에 깔린 기업들 그리고 우리의 편견은 분명 경계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은 함께 사는 이 세상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Google & Canadian Down Syndrome : Project Understood

현재는 개인마다 활용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음성인식 기술이 필요한 기기와 서비스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2023년까지 AI스피커와 같은 음성인식 기기가 80억 개 이상 존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스크린을 터치하는 방식이 불필요한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음성인식 기술에서 본질적인 데이터, 즉 음성인식이라는 것은 누구의 음성까지 포함되는 것일까요? 지역 고유의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도 이 기기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이 범주에 포함이 될까요?

목소리만 있다면 음성인식 기기는 모든 명령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조금 더 편리함을 추구하는데 유용하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주는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기술은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캐나타 다운신드롬 협회(Canadian Down Syndrome)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구글과 협업하여 구글 음성 인식 알고리즘을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구글을 방문해서 직접 목소리를 녹음하고 데이터를 쌓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음성 데이터를 쌓을수록 기술은 조금 더 정교해지고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했던 작업이 사실은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하는 작업이 된 셈입니다.

CoorDown : The Hiring Chain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주로 우리에게 역경과 고난을 극복해 낸 이야기를 다루곤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영감이 되고, 용기를 주며, 동기부여가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을 보며 우리는 그저 용기만 얻으면 끝나는 것인지, 이것이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적절한 표현 방식일까요?

이탈리아 국립 다운증후군 협회인 코어다운(CoorDown Onlus)은 지난 3월 21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을 맞아 ‘고용 사슬’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어떻게 사회에 퍼져 나가고, 우리의 인식을 바꾸게 되는지 보여주고자 제작되었습니다. 영상은 시종일관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음악 속에 진행됩니다. 여기에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가수 스팅(Sting)의 목소리를 통해 노래가 되면서 듣는 이의 콧노래를 자극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우리가 흔히 접하던 장애를 주제로 한 이야기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캠페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노래는 장애가 있는 사람을 무조건 고용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도 얼마든지 일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이야기 합니다. 인재를 고용하는 것은 고용주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좋은 직원이 회사에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우리의 편견 때문에 날린다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 영상의 메시지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고용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가 불필요한 편견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못내리는 경우에 대한 조언이기도 합니다.

장애를 넘어 사회적 소수 집단까지

장애를 넘어 사회에서 소위 소수 집단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에게도 소개한 사례와 같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치매환자를 식당 종업원으로 고용했던 KBS <주문을 잊은 음식점>, 은퇴 한 할머니들을 고용해 의류사업을 하는 울른(wooln), 노숙자를 고용하는 빅이슈(Big Issue),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의 협업으로 직무분석을 통해 여성, 중증, 장년장애인 등 장애 유형 및 특성별로 채용 가능한 직무(배송원 통근 차량 운전, 무인 자판기 관리, 배송 및 불법 상품 모니터링 등 7개 직무)를 발굴하고 채용한 쿠팡 사례까지,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 공생의 관점으로 살펴보면 얼마든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는 착한 소비를 지향하고, 브랜드가 어떤 선행을 베푸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선순환을 만드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때문에 조금 더 넓게 생각하고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기업은 더 큰 지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결국 소수 집단을 생각하고 공생의 길을 추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에게도 이득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우리가 원하는 더 좋은 사회로 가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어쩌면 더 좋은 사회라는 것은 장애 유무가 중요하지 않고, 성별이 중요하지 않으며, 나이가 중요하지 않고,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동일한 출발 선상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또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그리고 우리의 인식의 변화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닐지 생각합니다.

2 Comments

  • 뭉이
    8월 19, 2021 at 3:44 오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소수집단’이’ 아닌, 소수집단’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말에 정말 공감되네요.

    문장 중 ‘밝고 경쾌한 분위기, 유명한 가수 스팅(Sting)의 목소리가 메시지메 전달하는 등 우리가 알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주제로 하는 다른 영상과는 여러 면에서 달랐습니다.’라는 부분은 오타가 있는 것 같아요!

    • 배 상준
      8월 20, 2021 at 11:36 오후

      안녕하세요
      이 글을 쓴 에디터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오타 부분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는 조금 자연스럽게 문장을 수정했습니다

      앞으로도 신선한 소재와 인사이트가 담긴 글로 소통하는 에디터가 되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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