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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렌트, 작지만 강한 공간 소프트웨어

[출처] 필라멘트앤코
오프라인 매거진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골목골목 숨겨진 매장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성수동에, ‘프로젝트 렌트’라는 작은 실험실이 있다. 붉은 벽돌을 그대로 살린 외관, 그 중앙엔 ‘R’이라는 알파벳이 거리를 비춘다. 그들의 실험실은, 하루는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제품과 전시들이 열리고, 하루는 지식인들이 모여 토론의 장을 이룬다. 과연 이곳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작은 브랜드들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프로젝트 렌트(이하-‘R’)는 브랜드 컨설팅 기업 ‘필라멘트앤코’가 만든 오프라인 임대 공간이다. R을 직접 시작한 장본인인 최원석 대표는 ‘좋은 콘텐츠를 가진 다양한 개인이나 소규모 브랜드를 보여주고자 만든 오프라인 콘텐츠 컨셉 매거진’ 이라고 설명했다. 각 브랜드의 개성이 가득 담긴 공간을 통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부터 이름만 대면 다 알 법한 브랜드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본래 R의 취지는 임대와 임대 사이 2-3개월 정도 비는 건물을 단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변하는 부동산 세계에서, 적당한 건물을, 적당한 시기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탐색하며, 성수동에 안착하게 된 셈이다. 현재 R은 성수동에 1, 2, 3호점, 서대문구에 4호점이 있으며, 그리고 부산 자갈치 시장 인근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 성수 1호점: 6평 남짓, 화이트톤의 작은 공간이다. 2층에선 작은 전시도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 성수 2호점: F&B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고급스러운 블랙톤의 공간으로,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다. (6호점도 번지수는 동일하다.)
  • 성수 3호점: 헤이그라운드에 있는 특별 분점이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전시공간을 함께 마련했다.
  • 서대문구 4호점: F&B도 들어가고, 규모가 꽤 큰 공간으로 오픈될 예정이다.

R을 세상에 탄생시킨 최 대표는 초반에 팀원들을 설득하기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하셨다. 투입되는 에너지 대비, 수익이 워낙 적었다고. 내부에서도 ‘이 비즈니스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우셨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R은 작은 브랜드의 의미있는 이야기를 알리는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그 입지를 탄탄히 구축해나가고 있다.

제1원칙
: 단 하나의 브랜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체험’

R은 이들의 공간에 들어오는 브랜드의 성장을 소명의식으로 여긴다. 비즈니스의 궁극적인 역할은, 준비된 브랜드가 뻗어 나갈 수 있는 분기점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줄곧 이야기한다. 이들은 주 단위로 공간을 빌려주고 각 브랜드의 컨셉에 맞는 다양한 기획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요소는 ‘무조건 단 하나의 브랜드’만 다룬다는 것 단순 전시가 아닌 ‘체험’을 중요시해야 된다는 점이다.

작더라도 하나의 브랜드를 다루며, 이들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오감을 통해 연출한다. 중구난방으로 스윽 보기만 하다 끝나는 편집샵 같은 개념이 아니라, 공간을 방문한 모든 이들에게 브랜드의 목소리를 깊숙이 전하는 것이다. 즉, 이곳은 판매를 위한 공간이 아닌 철저히 ‘경험’을 위한 공간인 셈이다. 계획 없이 방문한 이들도 브랜드 창립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탄생 스토리에 감동한다. 실제로, 매장에서 다루는 콘텐츠에 대해 적어도 30분은 설명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교육한다. 공간을 채우는 본질인 콘텐츠에 집중하는 이들의 태도는, 큰 인테리어는 없지만 그곳을 브랜드의 기운으로 가득 채운다.

진정한 WinWin 전략
: 유휴공간을 활용한 공유가치

R은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즉, 한 공간을 하나의 브랜드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여러 브랜드가 주기적으로 공유하며 공간이 운영된다. 덕분에, 큰 자본이 없는 소규모 브랜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팝업스토어를 오픈할 수 있다. 그리고, 주 단위로 임대 계약을 맺기에 브랜드에도 부담이 덜 하며, R 역시 정기적으로 임대료를 갱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R의 입장에선 다양한 브랜드의 공간을 선보이며 바이럴 효과까지 거둬들일 수 있었다. 하나의 공간을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브랜드에 단기로 대여해주는 비즈니스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실제로, R의 임대료는 팝업스토어치곤 저렴한 비용이라고 한다. 성수동에 있는 1호점은 주당 40만 원, 보다 넓고 F&B를 사용할 수 있는 2호점은 주당 120만 원이다.

소규모 브랜드는 R을 통해 시장의 반응을 체화할 수 있는 테스트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매장을 직접 차리지 않고도 고객을 만나 이야기를 직접 전할 수 있기에, 굉장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인 셈이다. 보통 예산의 약 90%를 인테리어에 지출하는 경우가 많아, 인테리어에 온 신경을 쓰다 보면 공간을 채울 ‘콘텐츠’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R을 통해 완성된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 브랜드는 고객과 맞닿는 접점을 치밀하게 기획하기 위해 온 열정을 바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R이 임대한 공간의 건물주 역시 경제적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기존에 비어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누군가 그곳을 가치 있는 곳으로 활용해준다고 하면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오히려 좋은 브랜드가 들어와 입소문을 타면, 상권이 활성화되어 건물 가치가 상승하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R은 공유경제라는 기반 위에, 소규모 브랜드와 건물주의 가치를 모두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휠을 마련했다.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끌고 갈 수 있는 비즈니스는 결국 존속 가능성이라는 힘을 얻게 된다.

브랜드가 전했던 이야기
: 우보농장, 그리고 스튜디오 아이

[출처] Landscape Times
2019년 2월엔 필라멘트앤코가 기획한 우보농장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전통미를 개발하는 브랜드를 앞세워, 익숙하지만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우리 문화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브랜드를 보는 것을 넘어, 그들의 오감을 통해 브랜드를 체화할 수 있었다. 유리창에 비치는 볏짚, 공간에 들어서면 들리는 참새 소리, 그리고 벽 한편에 비친 벼의 사진들. 이뿐만이 아니다. 벼로 만든 차, 막걸리, 튀밥을 테이스팅 하며 우리나라의 전통미를 음미할 수 있고, 이를 연구하는 농부님의 세미나를 통해 우보농장의 브랜드 스토리를 배운다.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여 경험하는 순간, 그들의 마음속에 브랜드에 대한 짙은 인상이 깊이 새겨졌을 것이다.

[출처] 직접 찍었다
필자는 지난 3월,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스튜디오 아이의 팝업스토어에 방문했던 적이 있다. 스튜디오 아이는 현대차가 R과 협업해 기획한 팝업스토어로, 전기차가 세상에 등장한 이유이기도 한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공간에 들어서니, 스탭분께서 1층 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는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소개해주셨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치약짜개를 만드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플라스틱 방앗간’, 버려지는 원두 껍질로 컵을 만드는 ‘허스키컵’, 발달장애인과 함께 친환경 고체 화장품을 생산하는 ‘동구밭’과 같은 브랜드의 창립 스토리와 환경적 가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2층엔 스택앤스택의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와, 용기를 가져오면 샤워 용액을 채울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 쓰레기와 업사이클링 제품을 별개가 아닌 하나로 볼 수 있는 관점을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메테리얼 랩, 마지막으로 재활용 컵으로 담아주는 커피 한 잔까지. 브랜드 하나하나에 얽힌 메시지를 들으며,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엔 친환경 행주와 같은 몇몇 제품들이 손에 들려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오감으로 체험했을 때 받는 에너지는, 온라인에서 전하는 메시지와는 확실히 그 힘이 달랐다.

오프라인이 갖고 있는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오프라인에서만 얻을 수 있는 유효한 경험을, R은 긍정적으로 잘 승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앞으로도 R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작지만 강한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살갗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지길! 개인적으로 R과 함께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무형문화재 보유 장인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획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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