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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복이 힙한 패션이 될 수 있을까?

“작업복이 힙한 패션이 될 수 있을까?”

패션 브랜드 <HERON PRESTON>

‘패션’이나 ‘예술’이라는 친구를 단순히 이해하기 어렵고 가닿기 힘든 고고하거나 고상한 개념으로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는 듯합니다. 대신 매일 부지런하고도 정교하게 작동하는 ‘현실’의 기반 위에 특별한 멋이나 새로운 기능 등을 더해가는 과정이라고 그것들을 이해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듯해요. 관련한 맥락에서 가수 지코 선생님이 그랬죠. “제일 감각 있잖아, 자기 집 거울 앞에선”

거두절미. 오늘은 [헤론 프레스톤]이라는 럭셔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그리고 동명의 디자이너를 여러분께 한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남성형 M자 탈모의 아이콘, 워크웨어와 스트리트 패션 씬의 뉴 임팩트 甲 ‘헤론 프레스톤’ 성님, 인상이 좀 세다. 하지만 인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입만 열었다 하면 세상 친절해지니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헤론 프레스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Bay Area 출신인데요, 2004년에 야망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건너가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즈음 heronpreston.com이라는 개인 블로그를 만들게 되죠.

그리고 자유 시간을 활용해 뉴욕 다운타운의 학생들, 여행객, 파티, 스트리트 패션 등을 카메라에 담아 짧은 스토리를 얹어 매일 같이 포스팅합니다. 이 블로그는 훗날 헤론 프레스톤의 패션 커리어의 도약판이 되어주는데요, 그가 찍은 사진들이 유명 아트 갤러리의 창립자의 눈에 띄어 그것들을 묶어 하나의 컬렉션 북도 만들게 되고, 당시 이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맺은 오랜 인터넷 친구(?) ‘버질 아블로’의 소개로 ‘헤론 프레스톤’은 ‘오프화이트’, ‘마르셀로 불룬’ 등이 속한 밀라노의 럭셔리 패션 회사 ‘New Guards Group’에 들어가 본격적인 브랜드 운영도 시작할 수 있게 되죠.

헤론 프레스톤의 첫 번째 사진집 (이미지 출처: HYPEBEAST)

그렇다면 이 ‘헤론 프레스톤’이라는 패션 브랜드는 어떻게 생겨 먹은 브랜드일까요? 몇 가지 키워드로 나눠 한번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헤론 프레스톤’의 브랜드 정체성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첫 번째 키워드는 역시 ‘워크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헤론 프레스톤 자신도 동명의 패션 브랜드를 두고 이렇게 정의 내립니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관점을 담아 ‘워크웨어’로부터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럭셔리 스트리트 웨어’ 패션 브랜드라고 말이죠.

‘워크웨어’ 진한 감성이 물씬! HERON PRESTON SPRING 2019

‘경찰관’이었던 아버지의 유니폼에 대한 환상 그리고 그를 따라다니며 마주한 다양한 작업 현장과 작업복의 디자인은 어린 시절의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쿨’하고 멋진 ‘이미지’로 기능하게 됩니다. ‘헤론 프레스톤’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재밌는 점이 하나 눈에 띄는데, 바로 키 컬러 ‘오렌지’가 미쳐 날뛴다는 것이죠.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 보안요원, 소방관의 유니폼이 품고 있는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들의 유니폼에 녹아 있는 ‘오렌지’ 컬러에 대한 오마주의 개념이라고 하는군요.

헤론 프레스톤의 파리 패션위크 데뷔 컬렉션 FALL/WINTER 2017 속에서는 동명의 새(Heron, 왜가리) 그래픽 이미지를 만나볼 수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DIY(Do It Yourself)’입니다.

그의 커리어 초창기로 돌아가 보죠. 그가 패션 업계에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흔히들 ‘짭’, ‘카피’, ‘불법 복제’라고 일컫는 ‘Bootleg부틀렉’ 디자인(이제는 문화라고까지 부르군요) 때문이었습니다. 15개가 넘는 브랜드 로고를 허락도 없이 무지 티셔츠 위에 박아 넣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은근히(갓근히) 판매하던 그의 대담함, 구찌의 모노그램 패브릭을 활용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BAPE의 시그니처 모티브 라인을 흉내 내고 그것을 나이키 에어포스 1에 이식해 ‘해킹’ 패션 혹은 ‘융합 패션’으로 승화시키던 그의 즐거운 태도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좌) 헤론 프레스톤의 NASCAR 티셔츠 (우) Street Sweepers 에어포스 1 (이미지 출처: Pinterest)

그는 작금의 패션 씬을 논하며 패션 디자인의 기교나 퀄리티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문화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허락 없는 편집의 기술로 만들어 낸 자신의 작업물들을 보호 했습니다. 그의 막역한 친구이자 업계 동료인 ‘버질 아블로’가 디자인 표절 의혹에 대처하면서 ‘마르셀 뒤샹’을 자신의 변호사로 소환하던 일이 생각나는 대목이었죠. 친구 따라 감방 간다.

세 번째 키워드는 ‘협업’입니다.

‘헤론 프레스톤’이 비약하게 된 계기는 조금은 색다른 개념의 ‘컬래버레이션’ 때문이었어요. 먼저 2016년에는 DSNY(뉴욕시 위생국)과 함께 <UNIFORM for DSNY>이라는 캡슐 컬렉션을 발표했는데요, 뉴욕시 청소부 작업복을 재활용해 뉴욕시 위생국의 유니폼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이었습니다. 2030년까지 쓰레기 매립지에 보내는 폐품의 개수를 0개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사회적 약속과 함께 말이죠.

HERON PRESTON x DSNY (이미지 출처: VOGUE)

2018년에는 그가 커리어 초창기부터 자신의 ‘꿈’이라면서 자주 언급해 온 ‘NASA(미 항공우주국)’과의 협업 캡슐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끝마칩니다. NASA의 엄격한 로고 활용 가이드라인을 맞추느라 고생깨나 했답니다. DSNY와 NASA 캡슐 컬렉션을 통해 헤론 프레스톤은 협업의 종류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최대한의 잠재력과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30대가 되었고,

그 어떤 것에도
관여하지 않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저 살았고, 즐겼고,
아무런 목적 없이
재밌는 일을 벌였죠.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잠깐만,
나는 진짜 어른이 됐는데,
내가 가진 목소리로
어떤 책임감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네 번째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어느 날, 이비자의 해안에서 수영을 즐기던 그의 다리를 스치고 지나간 플라스틱 백, 그것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사건’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전 세계 오염원의 대부분이 의류 회사로부터 생산된 물건들이라는 걸, 또 그것들이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두 번째로 큰 팩터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죠. 그 길로 그는 오래된 옷들을 새로운 상품으로 탈바꿈하는 리사이클링 업체를 찾아가 인턴 수준의 교육부터 이수하며 관련 경험을 쌓습니다.
그리고 오가닉 코튼을 활용해 티셔츠와 스웨트 셔츠를 제작하고 리사이클 고어텍스 소재를 기반으로 슈트를 만드는 등 ‘헤론 프레스톤’ 컬렉션 구상과 상품 생산에 이러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녹여냅니다. ‘스트리트 웨어’의 근본은 사실 재활용, 재목적화에 있다면서 말이죠. 앞서 언급한 뉴욕시 위생국과의 협업 역시 ‘환경 보호’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열정이 연결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겠어요.

헤론 프레스톤의 꿈은 미국 노동청 산하의 직업안전 위생국의 공식 인증을 받아 미국의 ‘진짜’ 워크웨어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패션과 실용, 무엇이 먼저일까?

헤론 프레스톤은 성공한 ‘인터넷 키드’였고(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가 설립한 테크 하이스쿨에서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수업과 함께 성장했고, 그의 첫 블로그도 HTML 독학 기술로 만든 것이다), 음악에도 조예가 뛰어나 아이팟을 들고 다니며 뉴욕에서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모으고 Djing을 즐기던 ‘뮤직 키드’였으며, 래퍼 카니예 웨스트의 머천다이즈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며 아트 디렉팅을 담당하던 전 세계 스트리트 패션 씬의 ‘테이스트 메이커’였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조금 더 깊은 영감을 드리기 위해 그의 인생사를 쭉 한번 훑고 싶지만, 그의 인생사에는 정말이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이 숨어 있어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 풀어내다가는 오늘의 브랜드/디자이너 소개 글이 산으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쯤에서 멈추고 기회를 만들어 후속 편을 준비해보겠습니다.


[원문은 https://brunch.co.kr/@0to1hunnit/312 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written by 스눕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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