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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친절? 소비자의 자격지심 없애기

약속한 번화가에서 친구를 기다리고있는 A양. 예정보다 늦는다는 친구의 전화에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근처 가게를 들어간다. 맘에드는 물건을 이것저것 구경해보고 있는 찰나, 불편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종업원이 다가온 것이다. 종업원이 말을 건지 얼마 안되서 A양은 결국 매장을 빠져 나왔다.

위와 같은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았을만한 일이다.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이것저것 구경하는것은 즐겁다. 하지만 종업원이 다가오는 순간, 손님이 느꼈던 즐거움은 부담감으로 바뀐다. 확실히 살 지 안살지 몰라 종업원 혹은 가게에 방해를 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손님 스스로가 느끼는?’자격지심’

분명 가게에 들어서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고객’ 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거나 사지 않을거란 이유로 사람들은 자신을 고객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고객으로서의 자격에 대해 자격지심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저가의 상품이나 적은 양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자신들이 그만큼 고객으로서의 가치가 낮다고 스스로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종업원의 과한 친절에 부담을 느끼며 미안해 한다.

이렇듯 다소 아이러니한 손님들의 자격지심은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된다’ 는 유교 사상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판매라는 목적을 지닌 매장에 들어온 자신이 구매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거나 그 정도가 약하다면 매장 혹은 종업원이라는 타인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나에게도 폐를 끼치면 안된다’ 는 개념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매장에 폐를 끼치면 블랙컨슈머, 즉 소위말하는 진상손님으로 보일 것이라는 걱정이 뒤따르는 것이다.

 

종업원, 부담스러워요

  • SPA 브랜드 UNIQLO

SPA브랜드가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손님의 자격지심을 낮추어 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SPA 브랜드인 UNIQLO 매장에선 손님이 먼저 물어보지 않는 이상 종업원이 손님을 응대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기타 업무를 하고 매장을 정리할 뿐이다. 이러한 모습은 손님들에게 부담감을 낮추는 좋은 요소가 된다. 종업원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 주면서 역으로 손님은 매장에 방해가 된다는 인식을 낮추게 되고 이는 결국 편안함으로 이어진다. 또한 가격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과 더불어 그러한 가격을 제품 디스플레이에 미리 붙여놓아 손님이 종업원에 의존할 필요성을 낮추었다. 종업원의 무관심이 오히려 고객들에게는 편안함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 Shopper Tracker

그렇다면 종업원의 필요성을 낮추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 종업원의 필요성이 낮아진다는 것은 즉, 종업원이 필요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매장 자체가 친절해야함을 의미한다. Shopper Tracker 는 이러한 매장구조 배치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아르헨티나의 개발자인 Agile Route 가 만들어낸 이 제품은 선반의 열감지 기능을 이용하여 손님의 이동흐름을 분석하고 어떤 제품을 주로 만졌는지도 통계화 시켜준다. 이를통해 매장은 종업원이 굳이 안내해지 않아도 고객의 이동동선에 맞춰서 제품을 배치할 수 있다.

 

매장 아닌 매장

  • Topshop Pop-up store

매장이라는 인식자체를 못느끼게 하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Topshop 은 자신들의 플래그쉽 스토어 내에 팝업스토어를 설치했다. 주목할 점은 팝업스토어를 꽃집으로 위장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플래그쉽 스토어 내에서 돌아다니다 들어서는 꽃집이 사실은 팝업스토어인 것이다. 고객은 숨어있는 팝업 스토어의 발견 자체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매장이라는 분위기를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부담감을 낮추고 쇼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The ‘Property Of…’ store

매장 자체를 다른 개념의 매장과 융합시키는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The ‘Property Of…’ store 의 경우 카페와 악세사리샵이 결합된 개념의 매장이다. 매장 내부에 카페를 설치하는 개념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다면 이 새로운 방식의 매장은 카페 자체에 악세사리샵을 합쳐 놓았다. 이 매장을 방문한 손님은 악세사리샵이 아닌 카페로서 매장에 방문,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자연스럽게 주변에 놓여진 가방과 같은 악세사리를 보고 구매하게 된다.

 

매장의 친절을 고객이 모르게 하라

기존 매장들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친절함이 기본이다. 하지만 의도와 상관없이 그 친절을 고객이 부담으로 느끼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대부분의 일반 고객은 스스로가 고객으로서의 지위 자체에 자격지심을 느끼기 때문에 사실상 노골적으로 친절이 가해지는 순간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고객들의 이러한 자격지심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 시키면서 고객 안내와 매장 운영에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까

첫째, 매장 자체가 친절해야 한다.?종업원의 안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매장의 구조나 디스플레이가 불친절하다는것을 의미한다. 매장 자체가 친절해진다면 손님은 굳이 종업원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하여 손님은 눈치를 보지않고 자유롭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둘째, ‘판매’라는 목적성을 드러내지 마라.?판매라는 목적성이 매장에 드러나면, 고객은 매장 안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물건을 사야할 것같은 압박감을 느낀다. 이는 누군가의 일터, 생계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손님에게 이러한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선 손님에게 구매를 원한다는 인상을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손님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참여 속에서 자연스럽게 매장의 상품을 만날 수있는 구조여야 한다. 앞서 사례로 제시한 The ‘Property Of…’ store 가 좋은 예이다. 악세서리샵이라는 본질은 숨기고 ‘카페’ 로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이다. 결국 맘에드는 물건을 찾는다면 소비자는 지갑을 열게 되어있다. 그렇기에 손님의 행동 속에서 상품의 우연적 노출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이는 매장 자체에 고객을 위한 숨은 배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때때로 목적이 뻔히 보이는 과한 친절은 편안함이 아닌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상대방이 느끼기 힘든 숨은 배려는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며 긴장 역시 풀어 준다. 이러한 배려를 매장의 밑바탕에 깔아둔다면 손님들의 체류시간은 늘어날 것이고 맘에드는 상품의 발견으로 유도한다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이 왕?

‘고객이 왕’ 이라는 말은 결코 틀린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고객이 구매의사를 지니고 스스로 당당할 때 해당하는 것이다. 즉 스스로가 왕이라고 느낄 때 왕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객에게 왕 대우를 해주는 매장은 오히려 고객으로 하여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듯한 불편함을 준다.

최고의 친절은 드러나지 않을 때 더 빛나는 법이다. 소비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선 최대한의 친절을 행해라. 물론 그 친절은 드러나지 않은 숨은 배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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