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로서의 페달링, ‘에너지 빈곤’에 희망을 배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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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물리적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원초적으로 필요한 물건은 무엇일까? 다양한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그 대답들 중 많은 물건들은 결국 그를 작동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생활에는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한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다양한 국제기구들은 전구, 세탁기, 정수기, 집 등 원초적인 물건을 빈곤국가에 제공하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발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발전기를 제공하는 이유는?위에서 언급한 전구, 세탁기, 정수기 등을 작동시키기 위해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는 이를 운반, 변환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반시설을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혹은 설치될 수 없는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형태의 ‘에너지 지원’이 가능할까? 다시 말해, 가장 쉽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에너지 지원’의 형태에 대한 물음이 이번 아티클의 주제이다.

답을 찾기 위해 생각의 방향을 전환해보자. 결국 에너지 지원은 ‘사람’에게 향한다. 이 말은 즉 에너지 지원이 향하는 곳에는 항상 ‘사람’이 있고, 어떤 형태, 어떤 지역으로의 에너지 지원이든 ‘인력’ 이라는 동력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원초적이지만 가장 안정적인, 그리고 추가비용이 많이 요구되지 않는 ‘인력’이야말로, 가장 어둡고 낮은 지역으로 향할 수 있는 ‘에너지’이다.

 

남자는 하체? 아니, 에너지는 하체!

‘인력’이라는 답을 찾았으니 이 인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해보려 한다. 사람의 운동에너지를 전기기기를 작동시키는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말이다. 사람의 몸에 있는 근육 중 가장 효과적으로 운동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수의근(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은 무엇일까?

일상생활에서 답을 찾아보자. 헬스클럽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는 기본적인 운동은 스쿼트이다. 다른 동력원에 의지하지 않는 빠르고 편한 이동수단인 자전거다. 그렇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수 만가지의 근육 중 동력원으로 가장 적합한 부위는 바로 대퇴사두근, 둔근, 종아리근육, 굴근 등으로 구성된 다리 근육이며, 이를 통해 운동에너지를 가장 쉽게 발생시키는 방법은 바로 페달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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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daling + Energy Support

사실 페달링은 페달과 크랭크라는 기계장치에 인간의 동력을 더해 자전거를 움직이는, 즉 오랫동안 이동과 관련된 개념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페달링이 사람이 발생시킬 수 있는 운동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비단 자전거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하고자 하는 시도 또한 꾸준히 있어왔다. 그리고 앞서 페달링-인력-전기 간의 매커니즘을 통해 알아봤듯이 이러한 페달링의 특성은 빈곤 국가에 대한 ‘에너지 지원’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다음 사례들은 페달링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힌 그 사례들이다.

동아프리카와 인도지역에서 활발하게 에너지 지원활동을 펴고 있는 Nuru Energy의 주력 제품은 바로 POWERCycle이다.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페달링을 통해 전기를 발전시키는 매커니즘이 이 제품의 원리이다. 기존에도 진행됐던 시도이지만, POWERCycle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Nuru Energy의 또다른 제품인 Nuru Light와의 효과적인 결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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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Cycle은 핸드폰이나 라디오 등 일반 전기기기와 1:1로 호환될 뿐만 아니라, Nuru Light에 대한 충전기능까지 제공한다. 게다가 Nuru Light가 대부분의 빈곤가정에서 요구되는 적절한 정도의 조명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20분간의 페달링 만으로 5개의 Nuru Light를 충전, 각 조명을 40시간 사용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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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Nuru Energy의 비즈니스이다. Nuru Energy는 Nuru Light을 구매하는 영세 사업자에게 POWERCycle도 함께 제공했다. 일반적으로 영세 사업자는 마이크로론을 통해 이들을 구매하게 되는데, 각자의 사업장에는 POWERCycle을 두고, 다른 소비자들에게 대여한 Nuru Light을 충전시켜줌으로써 또다른 비즈니스 기회를 파생시킬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하루 10명의 소비자가 해당 충전기를 꾸준히 이용했을 때, 해당 사업자는 빈곤국의 평균 소득인 2달러를 상회하는 2.5달러의 소득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초기 시설을 대여하느라 이용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핵심에는 POWERCycle이 효과적인 동력발전 수단이라는 원리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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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래하면서 바느질을? GiraDora

가전제품(家電製品) 들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기에너지를 통해 작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지 않아도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기계들보다 상대적으로 발생시키는 에너지의 양은 모자라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많은 빈곤국가들 중에는 전기를 이용하지 않는 원초적인 기계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삶의 조건이 더 시급한 경우도 있다. 때문에 전기에너지로의 변환 기능이 없더라도, 생산단가가 낮은 직관적인 형태의 기기들이 때로는 더 이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지금부터 설명할 GiraDora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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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 Art Center College of Design의 Alex Cabunoc와 유지아 디자이너는 페달링으로 작동하는 소형 세탁기 GiraDora를 개발했다. 페달링과 세탁기의 회전운동이 유사하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기존에도 유사한 제품들이 출시됐었지만, GiraDora 만큼 실제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은 존재하지 않았다. GiraDora는 사용자가 제품 위에 앉아서 페달을 돌릴 수 있게 디자인되었는데, 기본 가전기기가 모자라 손으로 해야하는 집안일이 많은 빈곤국가 여성들의 편의를 고려한 착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내부의 물을 빼고 페달링을 하게 되면 적정한 수준의 건조작업까지 할 수 있어, 사용자는 최소한의 동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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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은 기기의 유무가 그 소요시간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의 여성들은 하루 6시간 가량을 빨래에 투자한다는 통계자료가 있을 정도이며, 아이가 많거나 깨끗한 물이 부족한 지역의 경우 이러한 작업의 강도는 더 큰 문제들을 파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GiraDora는 빨래에 소요되는 여성의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킴으로써 다른 생산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창출해냈다. 이에 더해 손빨래에 비해 2배가 넘는 생산성을 자랑하는 GiraDora의 가격은 겨우 40불이다. 일반 세탁기에 비하면 낮은 생산성이지만, 상황에 따라 GiraDora가 더 시급하게 요구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 핵심에 페달링의 효율성이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1석 4조, 페달링의 진가?

앞서 언급했듯이 1800년대 후반 페달과 체인이 자전거에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페달링은 인간에게 친숙한 운동방법이었다. 그리고 인력을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비단 에너지 지원에서 뿐만 아니라 동력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기들이 페달링의 원리를 차용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에너지 지원’을 위한 기기들이야말로 페달링의 동력발생에서의 효율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번 아티클에서 점진적으로 제시했던 아래의 근거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1. Effectiveness

인간의 다리에 크게 부담되지 않는 페달의 원형운동,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크랭크과 체인은 에너지의 낭비 없이 동력을 발생시키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게다가 그 직관적이고 간단한 원리는 인간의 운동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쉽게 전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본적인 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한 빈곤국가에서 가장 효과적이다.

2. Limitless

최대한 넓게 퍼져야 한다는 에너지 지원의 당위성을 고려한다면, 이는 장소와 시간의 제약에서 최대한 자유로워야 한다. 태양열, 지열 등의 다른 천연에너지나 가스, 석탄 등의 화석에너지 자원은 막대한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필요로 하기에 다양한 제약요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지원의 최종 타겟인 ‘사람’을 겨냥하고 있는 인력에너지는 비록 발생시키는 에너지의 절대량은 작을지라도 인프라의 설치 가능 유무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3. Appropriacy

빈곤국의 가정에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선진국형 에너지 공급라인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이다. 고비용의 발전기를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킨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빈곤국에서는 그 에너지를 제대로 이용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만든 만큼 이용한다’는 원리에 기반하고 있는 인력 에너지, 그리고 이 인력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페달링은 기본적 인권을 위협하는 열악한 환경에 대한 최적의 대답이다.

4. Sustainability

축, 바퀴, 페달, 크랭크 등 아주 간단한 기계장치의 조합만으로도 페달링은 가능하다. 실제로 위에서 설명한 POWERCycle의 프레임은 현지 조달이 가능하며, 다른 부품들 역시도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페달링의 단순함은 환경오염 및 추가 비용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도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이다.

 

페달과 함께 희망을 돌립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빈곤국가들에 대한 에너지 지원의 효과적 방법으로서 페달링의 장점과 그 실제사례들이 제시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페달링은 에너지 부족의 절대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다. 기본적인 자원이 모자란 빈곤국가에서 최소한의 자원을 투자해, 당장 시급한 에너지를 얻어내기 위한 임시방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우리는 Nuru Energy와 GiraDora가 아프리카, 인도, 남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보여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으며, 보다 ‘효과적’인 에너지 지원을 향한 이들의 인사이트가 멈춰있던 이들의 발을 페달 위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이다.

더 혁신적인 적정기술들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리고 일부 지역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를 통해 해당 지역의 사람들의 삶이 혁신적으로 개선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들 대부분에게 무엇이 더 시급하게 필요한지 생각해보면, 의외로 답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있을 수도 있다.

페달링의 시초는 1800년대 후반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러나 100년 전 우리의 생활수준보다 못한 환경에 처해있는 수 억명의 사람들에게 페달링은 지금을 살아가게 하는 희망이 될 것이다. 혁신적인 변화는 자발적인 희망을 싹 틔우고 난 다음의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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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 KIM

Chan KIM

Chan KIM (Editor) / 똑같은 상품이라도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수명을 달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트렌드인사이터로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브랜드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 Hoyeon Park

    흥미롭게 잘 보았습니다. Aquaduct 라는 pedal-powered water purifier 도 같이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http://theaquaduct.blogspot.se/ TrendInsight 에서 늘 좋은 정보 많이 얻고 있습니다 🙂

    •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는 이렇게 공유해야지 맛이지요..^^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 누루 라이트도 효율이 대단하지만, 저 세탁기는… 빈곤국 외에도 작은 자취방에 살아서 세탁기를 들여 놓을 수 없는 자취방이나 고시원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특히 외형과 기능만 높이고, 운동에 대한 니즈를 충족 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면, 정말 멋진 아이디어 같습니다..!!

    • 기사를 쓴 에디터입니다. 전체 컨셉이 빈곤국에 대한 에너지 지원이라는 관점이다 보니 미처 그 부분은 논의하지 못했네요. 그러나 GiraDora의 여러 장점은 말씀해주신 고시원이나 자취방에서도 충분히 이용을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

  • 김상우

    에너지절약의 환경친화적제품일지, 비용측면의 제품일지의 컨셉이 중요하겠네요. 나라별 ㅎ환경,경제 측면에 따라 소비자가받아들이는 느낌이상이하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기사를 쓴 에디터입니다. 기사가 아니라 댓글이니 개인적인 의견으로 답변을 좀 드리고 싶네요. 🙂 환경친화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부가적인 장점으로 생각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페달링이란 것이 인간의 동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디자인의 컨셉에서 환경친화적인 특성인 자연스레 동반될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페달링이라는 동력발생방법을 기본으로 하는 디바이스는 1차적으로 ‘(낮은 투자비용을 전제로 한) 에너지의 효율적 생산과 이용’ 을 목표로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 현재 에너지 산업의 모습에서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에너지 발생의 시작점인 PEDDALING으로의 해답을 찾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 인 듯 합니다. 그러나 PEDDALING에 있어서 한 사람의 노동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에너지 부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의 역할로서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빈곤국에 대해서는 시급한 에너지 부족의 해결책으로서 역할을 할 듯 싶은데 더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겟네요-

    • 기사를 쓴 에디터입니다.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과정, 기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효율성이 이러한 기기들의 큰 장점일 테지만, 절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하긴 힘들겠죠. 결국 이 기기들로 발생시키는 동력에너지는 한계가 존재하니깐요. 다만 빈곤국들에 대한 가장 초기의 접근법으로서 가지는 분명한 메리트는 있다는 의견입니다 🙂

  • 박기훈

    적정기술에 대한 사례들을 찾는 도중

    정말 감명깊게 기사를 읽었습니다.

    제가 탐구토론대회에 에디터님의 기사를 좀 인용하여도 될런지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 기사를 쓴 에디터입니다. 트렌드 인사이트라는 출처만 밝혀주신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 글을 통해 더 많은 탐구와 토론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

  • James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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