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의 3단 변신, 소모품에서 경쟁력 카운셀러로!

우리는 옷을 입어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은 나를 기억하게 하는 경쟁력 중 하나가 됐다. 패션에 대한 욕구가 사회적 욕구로 발전하고 있는 변화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이 국내 패션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패션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에 속한 마이크로한 상품 및 트렌드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등장하고 있다.(관련기사-패션 장유유서 시대의 도래, 패션계의 새로운 제3의 흐름, Fashion Crowdsourcing, 쇼핑하는 여성과 기다리는 남성, ‘My own room’ 전략으로 해결하라)

위에서 제시한 관련 아티클들의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외적으로, 그리고 내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패션시장을 둘러싼 변화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위 기사들의 내용 역시 새로운 시장 세분화와 이용, 구매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 패션 산업에 도입되는 크라우드소싱 등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점점 패션이라는 키워드가 대중 영역으로 파고듬에 따라 이러한 경향 역시 더욱 강해질 것이라 당연스레 예측된다.

위에서 제시한 기사들이 패션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파고 위에서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 케이스라고 한다면, 물 밑에서 천천히 이뤄지는 변화 또한 있다. 바로 옷을 고르고 입는 행위를 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에 관한 내용이다. 이번 아티클의 주제, 바로 옷걸이다.

 

옷걸이 = 쓰다 버리는 ‘소모품’

초등학교 때 필자가 살던 집의 베란다에는 빨래줄이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베란다 한 쪽 구석에는 옷걸이가 수도 없이 쌓여있었다. 몇몇 옷걸이에는 세탁소 이름이, 몇몇 옷걸이에는 아버지의 양복 브랜드 이름이 적혀있었지만, 옷걸이 뭉치의 대부분은 하얀 철사줄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철사 옷걸이였다. 옷걸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스테레오 타입이 바로 이 철사 옷걸이이다.

String Hanger

이 옷걸이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저렴한 단가일 것이다. 저렴한 단가가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매우 간단한 그 재료와 공법에 있다. 그러나 이 장점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단점이 되기도 했다. 일정한 길이의 철사 한 줄을 구부려 만든 것이기 때문에 내구성이 매우 약하고, 약간 무거운 옷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도 부지기수. 옷을 제대로 거는 것이 옷걸이의 기능인데 말이다. 결국 철사 옷걸이는 짧은 수명을 마치고 베란다 한 쪽 구석에 어지럽게 엉켜있거나, DIY의 재료로 이용되고야 만다. 그리고 이 철사 옷걸이의 꾸준한 활약(?)은 우리로 하여금 옷걸이를 ‘쓰다가 버리는’ 소모품으로 여기게 했고, 옷걸이는 ‘투자가 필요 없는’ 상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아티클에서는 옷걸이의 변화를 논하고자 한다. 단순히 옷을 걸어두는 물건에서 벗어나 그 역할을 점차 넓혀나가고 있는 옷걸이들의 사례를 통해서 말이다.

 

변화 Part 1, 시야의 확장 : ?‘전체를 바라보는 옷걸이’

옷걸이의 본질적 기능이라면 바로 ‘옷을 거는’ 일이다. 위에서 제시한 철사 옷걸이는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도 빈번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옷의 어깨부분에 옷걸이의 팔을 집어넣어 빨래줄 혹은 옷장에 걸어두는 것’ 만이 ‘옷을 거는’ 행위의 전부는 아니다. 물리적으로 옷을 매달리게 하는 것 이외에도 옷걸이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아래의 사례는 이 ‘옷을 거는’ 행위에 대한 발전된 시각을 통해 옷걸이의 역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사례다.

옷은 건조를 위해 베란다에 걸리기도 하지만, 건조가 끝난 후에는 옷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즉, 옷장을 효율적으로 쓴다거나, 쾌적하게 유지하는 등의 기능 역시 옷걸이가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옷걸이는 항상 옷장 내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첫 번째 옷걸이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옷장’의 공간이다. 즉, 머리(갈고리) 부분을 없애는 대신, 그 높이만큼의 여유공간을 옷장 아래 쪽에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마법은 바로 자석, 이름도 역시 Magnetic Clothing Rack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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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존에 옷걸이의 머리가 차지하던 공간은 이용될 수 없는 죽은 공간이었으나, 옷걸이가 이 공간을 옷장 아래로 치환하면서 사용자는 새로운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머리 부분을 걸던 봉까지 자석 형태로 바꿔 옷장 내부로 부착시키면서 생긴 1줄 당 6인치(약 13cm)의 공간은 니트, 신발, 모자, 액세서리 등 옷걸이에 걸 수 없는 다른 물품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된다. 이에 더해 Magnetic Clothing Racks는 5파운드(약 2.2kg, 코트용의 경우 3.4kg)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어 그 강도 또한 머리가 있을 때에 전혀 못지 않다. 게다가 상품 자체의 훨씬 내구성이 좋을 뿐 아니라, 자석이기에 망가질 염려 또한 없다는 점은 ‘옷걸이가 소모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능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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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etic Clothing Racks가 기존 옷걸이에 비해 가지는 가장 본질적인 차별점은 옷과 옷걸이의 1:1 관계에서 벗어나, 옷걸이의 외부환경인 옷장과의 관계도 고려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다수의 옷걸이를 일관되게 변화시킴으로써 옷장의 효율성이 증가될 수 있었다. 이 변화된 접근법에 ‘시야의 확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변화 Part 2, 서비스 정신: ‘옷은 옷걸이의 고객이다’

다음 변화 상의 키워드는 ‘서비스 정신’이다. 옷과 옷걸이의 관계에서 옷걸이는 결국 객체이다. 물리적으로는 옷이 걸려있지만, 역할적으로 옷걸이는 옷을 지탱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옷과 옷걸이의 관계를 쉽게 비유하자면 점원과 고객의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저 옷을 걸고 있기만 했던 기존의 옷걸이들을 서비스 정신이 없는 점원에 비유할 수 있다면, 아래에서 제시될 2가지 사례는 서비스 교육이 확실이 이뤄진 점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 상품의 이름은 Clever Collapsible Hangers 이다. 직역하면, ‘영리한, 접을 수 있는 옷걸이’라는 뜻이다. 디자이너 Howard Tseng이 디자인하고, The Quirky studio가 출시한 이 제품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접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비단 철사 옷걸이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옷걸이는 옷을 고려하지 않은 상품이었다. 옷의 어깨 부분으로 옷걸이의 팔이 들어가기 때문에, 거리상 옷의 목 부분으로 옷걸이를 집어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 뼘이 훌쩍 넘어가는 옷걸이를 수직으로 목 부분에 집어넣으면서 알게 모르게 목은 늘어나고, 이런 과정이 옷걸이를 뺄 때도 마찬가지기에 옷은 점점 볼품 없어져 왔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Clever Collapsible Hangers

그러나 Clever Collapsible Hangers은 영리하게도 가위의 구조를 반대방향으로 옷걸이에 적용했다. 그리고 이 영리한 벤치마킹 덕분에 옷을 걸고 빼는 행위를 아무리 반복해도 옷의 목 부분은 전혀 늘어나지 않게 될 수 있다. 목이 늘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배 부분부터 애써 옷걸이를 집어넣는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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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ver Collapsible Hangers의 역(逆) 가위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옷걸이와 옷과의 보다 효과적인 관계를 위한 실용적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는 옷걸이 디자인의 프로토타입을 바꾸긴 했으나, 옷걸이의 기능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바꾸진 못했다고 바라볼 수도 있다. 옷이 늘어나지 않게 하는 기능은 결국 ‘옷을 거는’ 기능이 개선된 것이고, 때문에 이 상품을 창의적인 옷걸이로만 인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옷을 거는 기능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능 역시 옷걸이는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옷걸이들은 옷을 거는 것은 매우 기본적인 기능일 뿐, 더 많은 기능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고 있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그리고 고객이 먼저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점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옷걸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2월 우리나라의 HNC에서 출시한 스마트행거가 바로 이러한 예이다. 기존옷걸이의 구조와 다른 점은 몸통 부분에 휘산 용액통이 부착돼 있다는 것이다. 이 용액이 옷걸이의 팔 부분을 통과하면서 기체 형태로 전환, 옷의 냄새를 제거하고 살균 기능까지 실시하게 된다. 제조사의 홍보 문구처럼 옷걸이라기보다는 ‘의류 관리기’인 것이다. USB 어댑터를 통해 작동하므로 집 뿐만 아니라 차에서도 이용할 수 있고, 옷걸이의 팔 부분이 접히는 등 사용자의 편의성을 세심하게 고려한 것도 ‘철사 옷걸이’ 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던 부분이다.

Smart Hanger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스마트행거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의 여부가 아니다. 옷을 걸어두는 기본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훨씬 다차원적인 목적이 동시에 달성된다는 것이다. 물론 철사 옷걸이처럼 옷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스마트행거를 평가하는 기준은 살균, 탈취 기능을 통해 옷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인 것이다. 즉, 옷걸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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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의 변화 Part 3는?

우리는 하루에 약 8시간을 침대 위에서 보낸다. 잠 자체는 결코 생산적인 일이 아니지만, 내일 수행할 생산활동의 바탕이 되기에, 우리는 침대에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침대는 잠을 자게 하는 기능을 넘어, 수면 상태를 진단하기도 하고, 공간 절약을 위해 이용하지 않을 땐 천장으로 이동하기도 하며, 자동으로 이불을 정리해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사람과 직접적으로 살을 맞대는 침대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옷걸이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관점도 이와 흡사하다. 엄밀히 말해 옷은 입혀지는 시간보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러나 언젠가 그 옷은 나의 자존감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로서 내게 입혀진다. 그렇다면 옷걸이를 내일의 자존감과 맞닿아있는 중요하면서도 유일한 매개체라고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앞으로 전개될 옷걸이의 변화 Part 3는 바로 ‘경쟁력 카운셀링’으로 이뤄질 것이라 예상해본다. 앞으로 패션을 통한 개개인의 개성 표출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기에, 옷과 접촉하는 시간이 많은 옷걸이가 옷을 관리하는 한편, 옷을 입을 개인의 경쟁력을 카운셀링해주는 것이다.

1. 옷장의 모든 색을 담는 옷걸이

옷을 입으면서 가장 신경쓰는 포인트 중의 하나라면 바로 색상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잘 어울릴 것으로 예상한 색들이 잘 안 어울리기도 하고, 잘 안 어울릴 것 같은 색이 잘 어울리기도 하는 등 ‘깔맞춤만 잘해도 중간은 간다’는 말을 입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옷걸이에 색상 컨설턴트의 역할을 맡기면 어떨까? 한 벌의 옷을 걸면 그 옷의 색상을 분석해, 그와 어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색상들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2. “다음 빨래까지 2번 남았습니다”

와이셔츠 혹은 하얀 티셔츠를 입을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면, 오래 입었을 때 소매나 목에 남는 때일 것이다. 입는 이들에게는 고역이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다음 빨래에 대한 진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부위이기도 하다. 어떻게 옷을 입더라도 더러움이 남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에 미리 더러움의 정도를 설정해두고, 지금 상태에서 몇 번 더 입으면 그 상태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지, 그리고 그 한계를 초과했을 때 경고문구 등으로 세탁 시점을 알려주는 기능도 옷걸이를 통해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용할 옷걸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가 수집되고, 제공되는 것 역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없기에 더욱 유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옷걸이는 소모품이 아니다, ‘경쟁자산’이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확장되는 옷걸이의 역할과 기능을 ‘시야의 확장’과 ‘서비스 정신’의 2가지 키워드로 알아보고, ‘경쟁력 카운셀러’로의 3단계 변화상까지 예상해봤다.

이미 언급했지만 옷걸이는 더 이상 소모품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다. 더구나 그 투자가 앞으로 더욱 중시될 패션, 그리고 그를 통해 제고될 개인의 경쟁력과 관계됐기에, 가까운 미래에 옷걸이는 ‘경쟁자산’으로서 그 위상을 다시 할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 피플, 그 지름길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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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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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 KIM (Editor) / 똑같은 상품이라도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수명을 달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트렌드인사이터로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브랜드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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